1.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의 극적인 변화
워런 버핏은 최근 포트폴리오에서 큰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최대 보유 종목이었던 애플 주식을 일부 매도하고 대신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을 대량 매수했다는 사실입니다. 매수 금액은 무려 15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단순한 종목 교체를 넘어 '마지막 베팅'이라는 해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인물의 투자 선택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같은 시기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자들—데이빗 테퍼, 마이클 버리 등—또한 유나이티드헬스를 집중 매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이클 버리는 콜옵션을 통해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했으며 이는 그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 1위 종목으로 기록됐습니다.
이처럼 거물급 투자자들이 동시에 한 기업에 베팅했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유나이티드헬스는 어떤 기업이며 왜 이토록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요?
2.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의료 산업의 거대한 플랫폼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미국 최대의 헬스케어 기업으로 단순한 보험회사를 넘어 원스톱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기업 구조를 살펴보면 네 가지 주요 사업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보험 사업부: 미국 내 민간 건강보험 제공.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이 매우 큽니다.
- 약국 서비스(PBM): ‘옵텀Rx’라는 이름으로, 약국과 제약사 사이에서 가격을 협상하고 유통을 중개합니다.
- 헬스케어 IT: 환자의 의료 기록과 데이터를 디지털로 관리, 병원 운영의 효율성을 지원합니다.
- 의료 서비스(병원 운영): 실제 병원 운영까지 포괄하여 의료 전 과정에 관여합니다.
즉, 미국인이 병원에 방문하고 진료를 받으며 약을 구매하는 전 과정에서 유나이티드헬스의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수직적 통합은 이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며,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3. 최근 주가 폭락, 단순한 위기인가?
이처럼 탄탄한 구조를 가진 유나이티드헬스지만, 최근 6개월 사이 주가는 약 5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특히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실망감이 극에 달하며 급격한 조정을 받았습니다.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비 증가: 코로나 이후 병원비가 급등하며 보험사의 부담이 증가.
-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부문 악화: 미국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고령자 대상 보험 프로그램인데, 수익성 낮은 고객군이 집중되면서 이익률이 급감.
- 약가 규제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박이 다시 부각되면서 약국 서비스 부문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확대.
이 같은 이슈는 단기적으로 실적 악화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과도한 주가 조정을 유발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4. 지금은 '기회'일까? 슈퍼투자자들의 판단
실제로 유나이티드헬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평균인 15배선 아래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이 수치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 폭락장 시기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가 수준이 '위기의 징후'인지, 아니면 '기회의 문'인지가 관건입니다. 버핏을 포함한 슈퍼투자자들은 후자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크며 유나이티드헬스처럼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약가 규제 리스크는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고 일시적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권한으로 약가를 직접 조정하기는 어려우며, 다수 전문가들은 소송 가능성과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5. 투자자의 시선: '지금'이 중요한 이유
유나이티드헬스는 분명 단기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그 리스크의 상당 부분은 이미 시장에서 주가 하락으로 반영되었고 반대로 중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런 시점에 버핏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지금이 '과매도 구간'으로 판단되는 가격대라는 점이죠. 특히 수직 계열화된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 우위를 유지할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