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이 관세 대신 잃게 되는 것

'해방의날'은 15% 이상의 관세를 상수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흑자를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투자 협상,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 재조정 등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상품의 수출입 문제가 아니라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지키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즉, 무역 자체보다 더 큰 틀인 통화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로 보입니다.


2. 달러 수요 약화라는 구조적 위기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기존의 ‘달러 중심 세계 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각국은 대응 전략으로 자국 통화 기반의 무역 확대, 블록 경제 형성, 미국산 제품 의존 축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달러 수요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역과 금융의 탈달러화 현상이 확산된다면, 미국이 오랫동안 누려온 통화 발행 이점과 글로벌 자금 유입 효과는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이는 달러 패권의 구조적 흔들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다층적 대응 전략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기존의 군사력이나 외교력 중심의 패권 방식이 아닌 경제적 중독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그 중 하나일 뿐이고 핵심은 달러를 강제로라도 쓰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관세를 통해 외국 자본을 미국에 유도
  •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디지털 달러 확산
  • 미국산 에너지와 기술 수출 확대를 통한 결제 구조 장악

이는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패권 방어 삼각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4. 실제 움직임: 투자, 기술, 금융을 통한 달러 확장

현실에서 미국은 이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 일본과의 대규모 투자 협상: 미국은 일본에 5,500억 달러 상당의 대미 투자를 유도했지만, 그 구성은 투자보다 대출과 보증이 중심입니다. 실질적인 달러 이동이 얼마인지를 두고 양국 간 해석 차이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환율 및 외환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이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의 달러 사용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나 남미처럼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금융망 없이도 달러 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 기술 수출 전략의 변화: 미국은 중국에 고사양 AI 반도체는 금지하면서도, H20 같은 저사양 칩은 수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 생태계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려는 전략이며, 기술을 통한 중독을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에너지 수출 확대: 한국과 EU 등 주요 동맹국은 미국산 LNG를 대량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달러로 결제됩니다. 결국 에너지를 무기 삼아 달러 수요를 인위적으로 증폭시키는 셈입니다.


5. 전망과 우려: ‘달러 중심 체제’는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의 전략은 상당히 정교하고 다층적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먼저,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의 무역을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BRICS, 아세안, 중동 국가들까지 독자 결제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어서 미국의 대응이 일방적으로 효과적일지는 불투명합니다.

또한 미국 내부의 경제 지표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BLS(미 노동통계국)의 고용 통계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시장이 미국의 공식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은 단기적인 무역 마찰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패권 경쟁의 일부입니다. 미국은 단지 관세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술·에너지라는 복합적 도구로 전 세계를 달러 시스템에 다시 묶어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닙니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실행 중이며 그 중심에는 관세가 아니라 '달러를 다시 강제로 쓰게 만드는 시스템 설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환율, 에너지, 디지털 자산, 기술 기업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달러 시스템 내에서 어떤 자산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투자적 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