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이 유나이티드헬스에 투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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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가 외면한 라디오, 버핏은 왜 주목했을까

워렌 버핏이 은퇴 수순에 들어갔음에도 지분 35% 이상을 확보하며 1대 주주가 된 기업, 바로 ‘시리우스XM(SiriusXM)’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회사는 단순한 라디오 업체가 아니라 미국 내 유일한 위성 라디오 서비스 기업으로 독점적인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기업의 주가가 지난해에만 58% 가까이 폭락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 하락 속에서도 무려 4조 원을 투입해 지분을 계속 늘려왔습니다. 전문가들도 추천을 꺼리는 이 종목에 왜 그가 이렇게 큰 금액을 투자했을까요?


2. 미국에서만 가능한 위성 라디오의 성장 배경

시리우스XM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특유의 생활 환경이 있습니다. 미국은 차량 중심의 국가로,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이 약 90분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은 대중교통 중심이라 오디오 콘텐츠보다 영상 콘텐츠 소비가 많죠.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지리적 특성입니다. 뉴욕에서 LA까지 차로 40시간 이상이 걸릴 만큼 장거리 운전이 일반화되어 있고, 이 긴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해진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위성 라디오가 상용화되어 기반 인프라가 탄탄합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미국 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연 18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까지 성장했고 그 중심에 시리우스XM이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3. 파산 직전에서 독점 플랫폼으로

시리우스XM의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엔 ‘시리우스’와 ‘XM’이라는 두 회사로 출발했지만,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했습니다. 2008년,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시리우스XM으로 거듭났지만 이듬해에는 파산 위기를 맞이했죠.

당시 리버티 미디어가 5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가까스로 회생했으며 지금은 연매출 92억 달러(약 12조 원), 가입자 수 3,400만 명 규모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내 유일한 위성 라디오 사업자로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셈입니다.


4.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가입 전략

시리우스XM의 수익 모델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전체 수익의 75%가 월 정액 구독료에서 나옵니다. 고객들은 월 $16.99를 지불하며, 대부분 자동결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예측 가능하죠. 광고 수익이 20%, 라이선스 수익이 5%로 나머지를 구성합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제휴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포드, GM, 테슬라 등과 협력해 차량 구매 시 3개월간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카맥스와 협력해 거의 모든 차량에 시리우스XM 체험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국에서 차를 사면 시리우스XM을 반드시 한번은 경험하게 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5. 독점 콘텐츠로 고객을 사로잡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킬러 콘텐츠 보유입니다. NFL, MLB, NBA, NHL 등 미국 4대 스포츠를 라디오로 독점 중계하며 유명 진행자인 하워드 스턴과도 장기 독점 계약을 맺어 왔습니다. 여기에 팝스타 스마트 레스, 커럴 대리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전속 계약도 체결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했죠.

덕분에 이탈률은 고작 1.8%, 평균 구독 기간은 14년이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넷플릭스보다도 낮은 이탈률은 매우 인상적인 지표입니다.


6. 버핏의 투자 타임라인과 전략

버핏은 이미 2016년부터 시리우스XM에 간접 투자해왔습니다. 리버티 미디어의 추적 주식을 통해 접근하다가, 본격적으로 2024년부터 직접 매수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 지분 32% 확보와 함께 최대 주주가 되었고, 현재는 지분을 35.4%까지 확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투자가 공개된 후에도 버핏은 단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7. 버핏이 본 핵심 투자 포인트

버핏이 시리우스XM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 안정적인 현금 흐름: 전체 수익의 75%가 정기 구독료에서 발생.

  • 높은 진입 장벽: 위성 인프라 구축 비용은 수십조 원에 달하며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독점 계약으로 진입 자체가 어려움.

  • 독점적 시장 지위: 위성 라디오 분야에서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유일 기업.

게다가 전체 오디오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팟캐스트 광고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성장했고, 오디오북 시장도 15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죽은 산업’이라고 평가받던 라디오 시장에서도 작지만 강력한 니치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8. 향후 변수와 투자자의 시사점

물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차의 확산이 있습니다. 운전 중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차 안에서 동영상 시청이 가능해진다면, 오디오 중심 콘텐츠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죽어가는 산업 속에서도, 독점 구조와 인프라 기반이 갖춰진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